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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250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관한 EU의 주요 정책방향

  • 국가 유럽연합(EU)
  • 주제분류 과학기술전략
  • 발간일 2023-11-10
  • 권호 250

1. 세계화의 정체 현상과 글로벌 공급망


.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 조짐


□ -중 패권경쟁의 격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


ㅇ -중 간의 갈등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무역갈등의 양상을 띠었지만, 점차 무역을 넘어 산업, 기술, 군사, 외교 등 전방위적인 패권경쟁의 형태로 전개

-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0년대 초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양측의 갈등 원인으로 작용하였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하면서 강도 높은 무역 압박을 실시

- 미국의 대중국 통상정책이 강력한 압박의 형태를 띠는 이유는 중국이 세계화의 이익을 비대칭적으로 많이 취하고 있으며, 불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고 판단하기 때문

-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고 표명하며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 노선과는 차별화하였지만, 대중국 외교만큼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였고, 중국이 이에 대응하면서 미-중 간의 경쟁이 경제, 산업, 기술, 외교안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ㅇ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전면에 부각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상호의존성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자각

- 글로벌 공급망은 범세계적으로 위치한 생산 시설로 인해 다수의 초크포인트가 존재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전염병,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계기로 작용

- 특히 2020년 초반 중국의 팬데믹 확산과 연이은 엄격한 통제정책은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을 불러일으켰고,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효율성 기반의 공급망에 대한 세계의 시각이 바뀌는 계기

- 더 나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공급망의 대혼란을 초래했고, 특히 유럽 국가들은 무역 특화와 보완성을 매개로 형성된 국가 간 의존관계가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자각


□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주요국은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산업정책을 시행 중


ㅇ (미국) 핵심 산업 분야의 제조업 공급망 생태계의 구축

-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핵심 산업 분야의 공급망 조사(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이동통신장비, 제약)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

공급망 지원정책 :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철강, 건설) Inflation Reduction Act(배터리)

- 미국의 공급망 강화 정책은 미국 내에 산업의 전 과정(특히 제조 분야)에 걸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추진


ㅇ (중국) 쌍순환(双循环) 전략

- 국내 성장모델의 한계와 대외적(미국) 압력에 직면하여 성장모델의 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생긴바,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외 쌍순환의 상호 촉진 전략을 발표(20205)

- 이 전략은 성장전략의 축을 투자(설비 및 부동산)와 수출에서 국내 소비 등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

- 주요국 중 가장 늦게까지 강도 높은 팬데믹 통제정책을 시행한 결과 경제회복 속도는 느리지만 팬데믹 과정에서 포괄적 경제협력협정(RCEP) 발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개발도상국 대상 협력 외교를 강화


ㅇ (유럽연합)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을 통한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

- 다자무역에 기반한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되(개방),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유럽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처(전략)할 수 있는 자율성 확보

-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내 생산 강화, 공급처 다원화, 유사 입장국 협력, EU의 규범적 권력을 최대한 활용

 

. 글로벌 공급망의 장기적 변화와 유럽의 상황


□ 세계화의 기간 중 확장되어 온 글로벌 공급망은 2020년 이전부터 이미 확장세가 멈췄고, 이에 세계화의 정체 또는 역전에 대한 논의가 등장


ㅇ 1990년대 초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세계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거둘 수 있었고, 특히 무역 성장률은 GDP 성장률을 장기간 웃돌면서 전 세계적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

- 무역 성장률이 장기간에 걸쳐 높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활발한 외국인투자 유입, 중간재 무역 등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세계적 확장이 장기간 진행되었기 때문이며, 특히 2000년대에 큰 폭의 GVC 확장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ㅇ 반면에 2010년 이후 경제성장률과 무역성장률은 크게 하락하였는데, GVC도 확장세를 멈추고 오히려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

- 무역 증가 속도 하락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진행되는 관세철폐 협상이 부진했고, 개발도상국의 임금 상승에 따른 선진국 기업들의 해외투자 유인 감소, 낮은 경제성장률, 다양한 형태의 미시적 보호무역주의 조치 등에 기인



- 전 세계적인 GVC 활용율도 성장세가 주춤하고, 오히려 감소하면서 GVC의 포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감소한 것과 크게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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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유럽은 역내와 역외로 구분되는 독특한 체계를 갖고 있으며, 이는 유럽연합(EU) 체제의 발전과 같은 유럽경제와 장기적 통합현상에 기인


ㅇ 유럽단일시장 구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회원국 간 비관세장벽이 크게 낮아졌고, 회원국 간 4대 이동의 자유(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가 보장되면서 중간재 교환에 쉬운 환경이 조성

- 중동부유럽의 체제 전환과 EU 가입 추진은 서유럽(고소득)-중동부유럽(중저소득) 지역 간의 생산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는데, 특히 중동부유럽은 많은 투자를 유치하면서 생산기지로 성장



-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역내무역 비중이 현저히 높으며, 수입보다는 수출의 역내무역 비중이 높은 특징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역외국의 생산 네트워크가 중동부유럽으로 확장되어 있고, 중동부유럽이 서유럽 판매를 위한 생산거점의 역할을 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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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통합의 결과, EU 회원국은 비슷한 경제규모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GVC에 대해 비교적 높은 의존도를 형성


ㅇ 유럽국가들은 유럽공동체(EC)의 출범 초기인 1960년대부터 이미 총 무역의 60% 이상이 유럽 내(역내) 무역일 정도로 상호 간에 무역의존도가 높았고, 오늘날에도 역내무역은 총무역의 60% 이상을 차지


ㅇ EU 회원국의 수출 중 해외생산 가치의 비중은 평균 30% 내외로, G20 국가들의 평균(20% 미만)이나 미국 및 일본(10% 내외)에 비해 훨씬 높음

- 중국의 GVC 참여는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이며, 미국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는데, EUGVC 참여는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

- 주로 경제규모가 작고, 중동부유럽 국가일수록 GVC 참여도가 높고, 경제규모가 큰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GVC 참여도가 다소 낮음

-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는 전방참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중동부유럽 국가는 후방참여의 비중이 현저히 높음

-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후방참여의 비중이 높은데, 그 이유는 FDI를 통한 산업화와 유럽 내 생산기지의 역할을 갖기 때문임



전방참여(Forward participation)는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생산한 후, 이를 조립국가에 수출하는 형태의 GVC 참여형태이며, 후방참여(Backward participation)는 해외중간재를 수입한 후, 가공, 조립을 통해 최종재를 생산하는 형태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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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로벌 공급망의 긴장에 따른 유럽의 대응


. 글로벌 공급망에 관한 유럽연합(EU)의 기존 입장


□ EU는 유럽단일시장 활성화 계획에 따라 회원국 간 생산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해 왔고, 역외국을 대상으로 한 통상정책에서는 국제무역을 통해 GVC를 활성화하는데 주력


ㅇ 공정별, 부품별로 세분화된 교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존의 최종재 교역과는 다른 통상조건이 필요

- 오프쇼어링(off-shoring)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시장접근, 상호성, 내국민대우와 같은 기존의 WTO 원칙만으로는 원활한 생산 네트워크 유지가 어렵고, 조달 및 자본관리, 데이터 이전, 지재권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들이 필요


ㅇ EU201510월에 신통상투자정책을 발표하였고, 통상정책의 3대 원칙으로 효과성(Effectiveness), 투명성(Transparency), 유럽의 가치(Values) 제시

- ‘효과성제고를 위해 효율적인 통상정책을 지향하며,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부상에 대응

- GVC 활용 방안은 크게 서비스 무역의 촉진, 디지털 교역의 원활화, 인력 및 이민 정책 지원, 국제 규제협력의 강화, 관세행정 효율화,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접근, 혁신 보호

- 2015년의 통상백서에는 GVC가 총 13번 언급되어 있을 정도로 GVC 활용도 제고를 강조하되, 특정 산업의 해외 의존도에 대한 우려는 거의 제기하지 않았던 상황


ㅇ 2010년대 중반 EU의 통상정책은 유럽기업들이 효율적인 GVC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고, 이는 무역협정에 다양한 신통상 이슈가 포함되었던 원인

- 유럽의 탈제조업화 현상이 고용과 산업혁신 역량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와 높은 에너지 해외의존도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여전히 무역을 통한 국제분업체계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서는 매우 호의적인 태도 유지


□ -중 패권 경쟁, 코로나19 팬데믹은 GVC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EU는 이러한 우려와 대응 방안을 새로운 통상정책에 반영


ㅇ 지정학적 불안정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정책과 EU가 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지원하기 위한 통상정책의 필요성 대두

- 특히 EU가 추진하는 그린 딜과 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필요하며, 글로벌 규칙을 확립하고 유럽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해야 할 필요 증가

- 공급망에 있어 국내 공급과 해외 공급의 다원화 측면에서 적절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 생산능력과 보유량을 갖고, 유사입장국과 연대 강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필요


ㅇ EU 집행위원회는 20212월 통상검토서 발표를 통해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을 통상정책의 기본 비전으로 제시

- (정의) “다자무역에 기반한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되, -중 패권경쟁과 국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EU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사고의 집합(mindset)


- 글로벌 공급망에 관해서는 복원력 강화를 위해 온쇼어링(onshoring), 니어쇼어링(nearshoring), 비축, 공급망의 다원화 및 단축 등 다양한 조치를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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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의 산업보조금 정책


□ 전략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EU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핵심 산업에 대한 산업육성 계획을 발표


ㅇ EU는 국가보조금 현대화(States Aid Modernisation)를 통해 보조금 관련 규정을 개편, 특정 조건 속에서 산업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공공이익사업(IPCEI*)을 신설하고, 2018년부터 프로젝트별 지원을 실행

* Important Project of Common European Interest

- 유럽단일시장 내에 공정한 경쟁을 규정한 EU 조약으로 인해 EU는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엄격하게 제한했고, 그 결과 EU 및 회원국 정부는 그동안 대규모의 산업정책에 있어 제약이 존재

- 반면에 EU 기능조약 1073항은 유럽의 공동이익에 있어 중요한 프로젝트 수행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예외 조항이 존재

- 공공이익사업(IPCEI)EU의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성, EU 전역에 걸친 가치창출, 복수국 참여 등을 조건으로 회원국의 산업보조금 지원을 허용

- 이 제도는 정부-민간 공동 투자 원칙, R&D 집중도 및 혁신 사업 등에 진행되며 EU 집행위원회는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에 참여하지 않으나,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업계 간의 포럼 등을 독려

- 2018년 이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 3개 분야에 프로젝트 실시


ㅇ EU가 산업보조금 지원을 허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대내외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연구, 혁신 외에도 역내 생산시설 신설을 통한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가 목적

- 반면에 그린 딜/디지털 전환과 같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공공투자가 불가피하며, 핵심 산업에 대한 성장 없이는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 중국의 산업보조금 문제가 항상 존재했던 상수였다면, 트럼프-바이든 행정부 기간에 발표된 미국의 투자계획은 새로운 자극으로 작용(: European Chips Act)


-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겪은 공급망 혼란은 공급망 안전성, 복원력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워 그 결과 국내 생산역량 확보의 필요성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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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업별 공급망 강화 정책


. 반도체


□ EU는 현 10% 수준인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지원 정책을 추진 중


ㅇ 유럽기업들은 시스템 반도체 및 소부장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유럽의 생산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

- 반도체 생산은 설계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이, 제조 분야 및 패키징, 테스팅 분야에서는 동아시아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유럽 기업은 시스템 반도체 및 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



- 반도체 제조에 있어 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5% 이상인 반면,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9~10%에 불과하며, 현 추세가 지속되면 유럽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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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반도체 산업 분야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여 EU 집행위원회는 동 분야를 공공이익사업(IPCEI)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선정(201812), 보조금 지원을 허용

-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4개국이 신청한 17.5억 유로의 반도체 분야 보조금 사업을 IPCEI의 법제 하에서 허용하였고, 동 사업은 효율 칩, 전력반도체, 스마트센서, 고급 광학장비, 복합재료 등의 분야로 구분되어 진행



- 이후 EU 집행위원회는 20213월에 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오스트리아 정부의 보조금(1.465억 유로)을 승인하였고, IPCEI 제도하의 반도체 지원 프로젝트에는 22개국, 32개국 반도체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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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EU 집행위원회는 20212월에 2030 Digital Compass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중 유럽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것을 천명

- 디지털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 비즈니스 디지털 전환, 그리고 공공부문의 디지털화 등 4대 분야에서 구체적 수치에 기반을 둔 목표로 EU 기금을 기반으로 복수의 EU 회원국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

- EU의 신산업정책(20215)에서는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6개 전략 분야에 대한 지원과 투자 확대를 발표


□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통해 2030년까지 달성할 반도체 분야의 세부목표와 정책을 제시(20222)


ㅇ 반도체 연구 및 기술 분야에서의 리더십 강화, 지속 가능한 첨단 반도체 개발 능력 확충, 유럽의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4배 확대, 전문인력 양성 등을 목표로 제시




ㅇ 이를 위해서 2030년까지 민관 투자를 통해 430억 유로 이상의 펀드를 조성하고, 반도체 생산(매출액 기준)에서 EU 비중을 최소 20%(현재 약 9% 수준)로 높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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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배터리


□ 전기차 전환 계획은 유럽 국가들이 장기간 추진해 온 기후변화 대책의 일환이며, 유럽 그린 딜 달성을 위한 필수 과제


ㅇ EU2035년까지 내연기관 승용차 및 승합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확정(20233)

-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많은 국가들은 2025~2040년의 기간 중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자체적으로 마련

- 주로 북유럽 및 서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전환에서 앞서 있고, 남유럽 및 동유럽의 전기차 전환은 더딘 상황

2022년 유럽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1%이며,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50% 이상, 덴마크, 핀란드, 독일은 30% 이상

- 전기차 전환 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유럽 내에서는 연간 2,500만 대의 전기차 수요가 발생하고,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20~2030년의 기간 중 1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


ㅇ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EU 역내의 배터리 생산은 세계 생산의 3%에 불과(2017)하며, 이 부분에서도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의 현지 공장에 의존

- EU 역내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은 유럽 그린 딜의 성공적인 추진과 EU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중요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


□ EU 집행위원회는 산업포럼 방식의 기업 간 네트워크 수립을 촉진하고, EU-회원국 정부-민간기업의 협력에 기초한 발전 전략을 제시


ㅇ EU 집행위원회는 201710월 배터리 산업의 전 부문에 걸쳐 지속가능한 공급사슬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 배터리 연합(EBA: European Battery Alliance)을 구축

- EBA는 배터리의 가치사슬을 원재료(Raw Material), 활성물질(Active Materials), 셀 제조 및 기계류(Cell Manufacturing), 배터리 팩 시스템(Battery Packs & Systems), 어플리케이션 및 통합(Application & Integration), 리사이클링(Recycling/Second Life) 6개 분야로 분류

- 분야별로 400여 개의 기관과 업체가 참여한 네트워크를 형성


ㅇ 배터리 산업 발전전략 실행계획(Strategic Action Plan for Batteries)을 발표(20185)

- 원료핵심소재셀 제조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재활용(Recycling) 등 배터리와 관련된 전체 공급망(value chain) 구축을 목표로 제시



- 또한 원료 확보, 투자지원, R&D, 인력양성, 지속가능성, 통상/규제 등 6개 분야에 있어 핵심 계획 및 이행방안을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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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EU 및 회원국의 보조금 지원과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산업 재편성이 활발하게 진행 중


ㅇ (에어버스 배터리) 독일과 프랑스는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60억 유로 투자를 발표(20195)하였고, 이 계획은 EU 차원의 IPCEI 프로젝트로 전환되면서 투자 규모와 참가국/기업의 외연이 크게 확대

- 독일과 프랑스의 30여 개 자동차, 에너지 기업들은 에어버스 배터리 프로젝트에 총 40억 유로 투자를 밝히고, 시범사업으로 프랑스 네르삭(Nersac) 소재 배터리 기업 Saft의 공장을 증설하고, 2021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


ㅇ (IPCEI 배터리 사업) 독일과 프랑스의 양자 협력으로 태동된 배터리 지원사업은 EU 집행위원회가 공공이익사업(IPCEI)을 통해 지원(201912)하면서 외연이 크게 확대

- EU 집행위원회는 EU 예산을 통해 12억 유로를 지원하며, 이후 7개국이 총 32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승인

- 또한 민간 참여기업은 50억 유로를 추가로 투입함으로써 총 투자 규모 80억 유로를 웃도는 프로젝트가 형성

- 17개 기업이 투자하고, 70여 개 기업이 배터리 분야의 산업생태계에 참여하며, 동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2031년까지 10~20개의 기가 팩토리 건설이 예상



-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배터리 생산 전 과정에 있어 EU 역내에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으로 현재 1차 배터리 지원사업이 완료되고 2차 사업이 진행 중(20219월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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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원자재


□ 유럽 그린 딜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반도체, 풍력 발전 등 핵심 산업을 위해서는 핵심광물,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


ㅇ 전기차 확산에 따라 배터리의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에 수요 중 대부분은 아시아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으며, 특히 핵심광물, 희토류에 대해서도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

- 2010년 중국-일본 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제한을 실시한 바 있고,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201114개의 희소광물(CRM)을 선정하고, 특별관리를 시작

- 2017년에는 CRM 수를 27개로 확대했고, 2020년에는 CRM 수를 30개로 확대, 83개 광물에 대한 공급 안정성 평가 시행




ㅇ 2017년 평가 당시 CRM 11개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100%. 전체 품목에 대해서는 평균 72%의 수입의존도를 기록했고,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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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집행위는 20233월 핵심 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 Act)의 초안을 발표


ㅇ 핵심 원자재법(CRAM)은 그동안 EU가 추진해 온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원자재 분야에 적용한 것으로 원자재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수급의 불안정, 특히 공급 측면의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

- 핵심 원자재의 생산과 관련된 가치사슬의 전 단계를 강화하고, 수입원 다변화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축소

- 공급 리스크의 감시 체제를 수립하고, 공급 혼란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완화하는 한편 순환경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통해 환경을 보호


ㅇ 우선 핵심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와 전략원자재(Strategic Raw Material) 선정한 후, 특징별로 공급망 안정화 관련 조치를 시행

- 핵심원자재는 EU의 녹색 및 디지털 전환, 방위 및 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로 핵심성 평가를 통해 선정(산업 연관성, 현대 기술, 환경 관련 여부)하며, 모니터링, 순환경제, 지속가능성 관련 세부 조치를 시행

- 전략원자재는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우주방위 기술과 같은 전략적 분야에 사용되는 원자재 중 향후 공급 대비 수요 증가, 공급 확대의 어려움, 향후 예상되는 공급망 위험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며, 4년마다 리스트를 갱신하고 공급망 다변화, 위기 대응 역량 강화, 전략 비축 및 공동구매를 위한 조치를 시행


ㅇ 핵심 원자재법(CRMA)은 수량적 조건과 보조금 지원, 국가별 보고의무 등을 규정한 점이 특징

-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조건으로 (1) EU 연간 소비량의 10% 이상을 EU 역내에서 추출, (2) 소비량의 40% 이상은 역내에서 가공, (3) 소비량의 15%를 재활용으로 조달, (4) 전략원자재별로 단일 수입원(역외의 제3)의 비중을 65% 이하로 낮출 것 등을 규정

- 또한 핵심원자재 사업에 대한 허가 절차를 추출/채굴 허가는 24개월 이내로, 가공과 재활용에 허가는 12개월 이하 등으로 간소화하고, 일부 전략적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을 허용

- 각 회원국은 핵심원자재의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포함하는 국가별 프로그램을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회원국 정부가 선정한 핵심원자재 관련 대기업에 대해서는 2년마다 자체적인 공급망 감사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 의무 등을 부여


ㅇ 현재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심의가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핵심원자재 리스트 및 수량적 조건 등의 변경 가능성 존재

- EU 이사회는 1차 검토에서 역내 가공 목표를 40%50% 상향, 역내 재활용 목표 15%20% 상향, 알루미늄을 전략원자재에 추가, 핵심 및 전략원자재 재검토 43년 단축 등을 제시

- 유럽의회는 역내 재활용 목표를 10%로 수정(2020~2022년 기준), 폐기물에 포함된 전략원자재의 45%를 수집분류처리, 핵심 및 전략원자재 재검토 주기를 2년으로 단축, 재활용 전략원자재(Strategic Secondary Raw Material) 선정 및 2년 주기 재검토 등의 조건이 추가되었고, 이 수정안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914)



- 향후 EU 이사회와 유럽의회 간의 절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법안 내용은 변경 가능성 존재


4. EU의 공급망 복원 정책


□ 세계화 속에 팽창해 온 글로벌 공급망은 지정학적 갈등과 팬데믹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긴장과 균열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


ㅇ 글로벌 공급망은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19 팬데믹 등 일련의 사태를 통해 안정성에 있어 도전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화의 종식, 디커플링, 신냉전 등의 용어로 설명하는 것은 단순화의 오류


ㅇ 사실 3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촘촘히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을 일시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현재의 현상은 안정성의 필요성이 비용 효율성을 능가하면서 나타나는 것인바,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 조짐 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


ㅇ 미국과 EU의 공급망 정책은 같은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규모와 정책 패러다임에 있어 차이가 존재

- 미국의 정책은 산업 분야의 리더십 회복을 위한 공급망의 재편과 내재화(국내 생산) 경향이 강했지만, EU의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인 복원에 초점을 둠

- 그 이유는 정책철학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기존의 정치경제 공동체로서 EU의 특징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산업역량의 차이에 기인


ㅇ EU는 공급망 강화를 위해 강점이 있는 기후변화, 환경 분야의 규범적 지위와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

- EU는 환경, 노동 등 규범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으며, 글로벌 규범 제정자, 소프트 파워의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통상, 기후 등의 분야에서 대외정책을 추진



규범적 권력을 활용하여 유럽의 규범을 글로벌 규범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EU의 정책 패턴을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로 지칭


5. 정책적 시사점


□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공급망 관련 정책을 산업 분야별로 세분화하고, 이에 맞게 한국의 대응 전략과 기업의 생산 및 투자계획을 수립할 필요


ㅇ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 강화 전략이 디커플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 그 이유는 미세하게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을 일시에 재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

- 공급망 강화 정책은 산업 및 기술 주도권 경쟁이 심한 분야에서 진행되며, 대체가 수월한 범용 산업 분야에서는 기존의 공급망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


ㅇ 주요국의 산업정책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일어날 경우, 다양한 형태로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 조치가 전개될 전망

- 리쇼어링(reshoring) 뿐만 아니라, 니어쇼어링(nearshoring), 프렌드쇼어링* (friendshoring)의 추이도 잘 이해해야 할 필요

*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외교적 마찰 우려가 없는 우방국 및 유사 입장국과 공급망을 연계하여 형성하는 조치

- 미국과 EU의 공급망 강화 전략이 그 방향에 있어 차이가 있으므로, 한국기업의 현지 진출에 있어 정책의 틈새를 활용해야 할 필요


ㅇ 주요국의 공급망 복원력 강화 조치에 내부자로 참여하고, 공급망 관련 국제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

- EU가 추진하는 공급망 관련 산업정책은 유럽기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많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높고, EU 회원국 간에 기술 및 투자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있는 바 투자 조건의 비교 등 역외기업들이 활용할 레버리지가 존재

- 또한 역외기업에 대해 특별히 배타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역외기업이 참여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한바,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

- 미국과 EU가 진행 중인 무역기술위원회(TTC: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의 주요 의제 및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산업규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


ㅇ 전 산업군에 걸쳐 최소한의 공급망의 안정과 복원력을 위한 역량을 갖출 필요

- 기술 및 제조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기후변화 관련 산업군에서 제조 능력은 물론 일정 수준의 소재부품장비 생산 및 조달 능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



- 유럽과 미국, 중국 등 기술 패권 경쟁의 결과물이 2025년부터 구체화하면 시장점유율 변화는 물론, 과잉생산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 덤핑 등에 따른 무역분쟁 등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시나리오의 검토가 필요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유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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