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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글로벌 혁신기업을 통해 본 혁신 키워드」 보고서를 발간 원문보기 1
- 국가 한국
- 생성기관 LG경제연구원
- 주제분류 과학기술전략
- 원문발표일 2006-04-28
- 등록일 2006-05-03
- 권호
많은 사람들이 혁신하면 기술 혁신을 떠올리지만, 혁신의 영역은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기술,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기업 경영의 모든 활동에 걸쳐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글로벌 혁신기업의 특징을 중심으로 여러 혁신의 방식과 실행 포인트에 대해 살펴본다.
최근 전세계 기업의 화두는 ‘성장’과 ‘혁신’이다. IT 거품의 붕괴로부터 비롯된 글로벌 경제의 침체는, 선도 기업들에게 더 큰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불황기에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해온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게 되었다. 반면에 경기를 탓하며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던 기업들과 혁신 기업들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사이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 경영자 중 72%가 자사의 3가지 도전 과제 중 하나로 혁신을 꼽고 있다. 하지만, 50%가 넘는 경영자들이 혁신의 투자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혁신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른다는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글로벌 혁신 기업의 특징
애플, 구글, 3M,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2006년 글로벌 혁신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Top 5로 선정된 기업들이다. 특히, 애플은 2년 연속 세계 최고 혁신 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구글이 지난해 8위에서 2위로, 도요타가 14위에서 4위로 껑충 뛰어 올랐고, 스타벅스도 19위에서 9위로 순위가 상승하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이 글로벌 100대 혁신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성과는 주주 수익률과 이익 증가율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연 평균 주주 수익률은 14.3%, 이익 증가율은 3.4%로 S&P Global 1200 지수의 연 평균 주주 수익률 11.1%와 이익 증가율 0.4%를 압도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혁신의 확산>
혁신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 혁신’,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프로세스 혁신’,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혁신하면 기술 우위를 활용한 제품 혁신이나 원가 절감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을 떠올린다.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컸던 과거에는 기술혁신이 곧 제품혁신과 프로세스 혁신으로 연결되어 그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였다. 게다가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공급자 시장이었기 때문에 기술의 차이는 곧 시장 지배력의 차이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소비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기술혁신만으로는 과거의 성공을 보장해 줄 수 없게 되었다.
최근 글로벌 혁신 기업의 대표적인 특징은 전방위적인 혁신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전략과 혁신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다트머스 경영대학의 Govindarajan 교수도 “혁신이 반드시 기술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빠른 신제품 출시나 좀 더 싼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 방식의 근본을 바꾸고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는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을까? 글로벌 혁신 기업의 특징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라
‘iPod’를 앞세워 화려하게 부활한 애플. ‘애플∥’의 개발로 PC 시대를 열었던 애플은 과거에도 혁신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당시 애플은 기술을 맹신한 나머지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품 및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에 대한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IBM에게 PC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고 고작 10% 내외의 시장점유율에 만족해야 했다.
‘iPod’의 성공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애플이 기존의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 시장 지향적인 혁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iPod’나 ‘iTunes’가 대단한 기술을 바탕으로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애플 ‘iPod’의 성공 원인이, 차별화된 디자인 및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 제고를 통한 제품 혁신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은 단순히 제품 혁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음악 판매 채널인 ‘iTunes’의 도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애플의 부활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버리고, 소비자로 시선을 돌린 결과였다(주간경제 845호, ‘애플 부활을 통해 본 혁신 키워드’ 참조). 애플의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계 IT 경기가 주춤하고 있는 2006년 1분기에도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순이익은 41%나 증가하였다.
● 부분이 아닌 전체를 혁신하라
최고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 ‘JIT’, ‘TPS’ 등 수많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내며, 혁신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하지만, 마이클 포터는 운영 효율성은 근본적인 전략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혁신 방식을 비판한 바 있다. 포터는 운영 효율성은 근본적인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타 기업의 모방으로 그 격차가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터의 예상은 대부분 들어맞았다. 운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많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예외였다. 도요타는 포터의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며 미국의 Top 3 자동차 업체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순이익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더 많은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5년, 가치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제조 중심의 프로세스 혁신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카 개발 등을 통해 신 시장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 역시 단순히 생산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 아닌 전체 비즈니스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제조, 마케팅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성장과 수익의 2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포석이다. 운영효율성으로 대표되던 도요타의 혁신 방식이 미래 사업 육성 및 비즈니스 시스템 개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인 P&G는 ‘C&D(Con-nect&Develop)’라고 불리는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개방형 R&D 모델로 상품화 기간을 단축하여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P&G는 사내 인력 외에 ‘기술 사업가(Technology Entre-preneurs)’로 불리는 70여명의 C&D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C&D 네트워크의 전문인력들은 공급자 및 발명가, 과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2004년, P&G는 ‘프링글스 프린트’를 출시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프링글스 프린트’는 감자칩 위에 간단한 유머와 상식을 새겨 넣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을 통해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개념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프링글스 프린트’의 성공은 신제품 아이디어 및 기술을 제공하는 외부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프링글스 프린트’는 C&D 네트워크의 성과물로 과거 2년이 넘게 걸리던 제품 개발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되었다. 또한 북미 시장의 프링글스 사업은 두 자리 수 성장을 기록하였다.
P&G는 내부 R&D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C&D를 통한 제품 개발 비중을 2000년 15% 선에서 향후 5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팔아라
최근 미국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커피 체인점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맥도널드를 제치고 5년 안에 식품 프랜차이즈 분야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타벅스는 현재 세계적으로 1만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맥도널드는 3만여 개에 가까운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5년 안에 스타벅스가 매장 수에서 맥도널드를 압도할 것이라는 주장은 성급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992년 스타벅스의 매장 수가 불과 200여 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리 과장된 전망이 아니다. 현재 스타벅스 매장은 중국에서만 200여개가 넘는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고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커피를 단순한 일용품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했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소비자들 마음 속에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제3의 문화 공간(3rd Place)’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통해 음악, 영화 등 각종 문화상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스타벅스 자체가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은 ‘제품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데 있다.
●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라
15% 룰로 유명한 3M. 3M의 15% 룰은 근무시간의 15%를 새로운 아이디어 및 제품 개발에 쓰도록 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2000년, 새로운 CEO로 취임한 GE 출신의 짐 맥너니가 보기에는 3M이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조직이 세분화되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었고, 성과 평가와 책임 소재가 체계화되지 않아 나눠먹기식으로 보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짐 맥너니는 3M의 가장 큰 장점인 혁신 문화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기존 방식의 파괴보다는 혁신의 체질화에 중점을 두었고, 그 일환으로 3M의 ‘가속(Acceleration)’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3M 가속(Acceleration)’ 프로젝트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여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것이었다. 당시 3M의 새로운 아이디어 중에서 실제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아이디어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맥너니는 먼저 개발자가 명확한 인센티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상 시스템을 재설계하였다. 그리고, 1년 안에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를 2배로 늘리고, 실제로 출시되는 신제품의 수를 3배로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게다가 분산된 조직에 동일한 기준으로 할당되던 자원 배분 방식에서 탈피하여 시장 기회를 기준으로 자원 배분을 재조정하였다. 그 결과 높은 시장 기회를 가지고 있던 의료 부문에 보다 많은 연구개발 자원이 할당되었고, 의료 부문의 매출과 수익을 5% 이상 제고할 수 있었다. 전사적으로는 신제품 개발 주기가 과거보다 1년 이상 앞당겨졌고, 매출은 10% 이상 향상되었다.
<내부 장애물부터 제거해야>
앞서 혁신 기업의 성공 비결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혁신은 내부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사업 방식 및 조직 구조 하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기존의 게임 룰과 경쟁 구도의 틀 안에서 시장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기존의 사업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신사업 및 신제품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시장 변화 속도에 뒤쳐지게 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된다. 따라서, 과거의 성공 방식을 부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체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하여 기존 조직과 거리를 두거나 M&A를 통해 변화에 필요한 역량을 외부에서 수혈할 수도 있다.
사업이 커지면서 세분화된 조직 구조 역시 혁신을 방해하기 쉽다. 기업의 조직 구조가 개별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이해가 우선>
혁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다. 그것이 기존 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든, 아니면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장,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만드는 것이든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말로만 고객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객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둘러볼 시점이다. <끝>
최근 전세계 기업의 화두는 ‘성장’과 ‘혁신’이다. IT 거품의 붕괴로부터 비롯된 글로벌 경제의 침체는, 선도 기업들에게 더 큰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불황기에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해온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게 되었다. 반면에 경기를 탓하며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던 기업들과 혁신 기업들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사이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 경영자 중 72%가 자사의 3가지 도전 과제 중 하나로 혁신을 꼽고 있다. 하지만, 50%가 넘는 경영자들이 혁신의 투자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혁신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른다는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글로벌 혁신 기업의 특징
애플, 구글, 3M,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2006년 글로벌 혁신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Top 5로 선정된 기업들이다. 특히, 애플은 2년 연속 세계 최고 혁신 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구글이 지난해 8위에서 2위로, 도요타가 14위에서 4위로 껑충 뛰어 올랐고, 스타벅스도 19위에서 9위로 순위가 상승하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이 글로벌 100대 혁신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혁신 기업의 성과는 주주 수익률과 이익 증가율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연 평균 주주 수익률은 14.3%, 이익 증가율은 3.4%로 S&P Global 1200 지수의 연 평균 주주 수익률 11.1%와 이익 증가율 0.4%를 압도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혁신의 확산>
혁신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 혁신’,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프로세스 혁신’,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혁신하면 기술 우위를 활용한 제품 혁신이나 원가 절감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을 떠올린다.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컸던 과거에는 기술혁신이 곧 제품혁신과 프로세스 혁신으로 연결되어 그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였다. 게다가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공급자 시장이었기 때문에 기술의 차이는 곧 시장 지배력의 차이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소비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기술혁신만으로는 과거의 성공을 보장해 줄 수 없게 되었다.
최근 글로벌 혁신 기업의 대표적인 특징은 전방위적인 혁신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전략과 혁신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다트머스 경영대학의 Govindarajan 교수도 “혁신이 반드시 기술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빠른 신제품 출시나 좀 더 싼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 방식의 근본을 바꾸고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는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을까? 글로벌 혁신 기업의 특징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라
‘iPod’를 앞세워 화려하게 부활한 애플. ‘애플∥’의 개발로 PC 시대를 열었던 애플은 과거에도 혁신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당시 애플은 기술을 맹신한 나머지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품 및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에 대한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IBM에게 PC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고 고작 10% 내외의 시장점유율에 만족해야 했다.
‘iPod’의 성공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애플이 기존의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 시장 지향적인 혁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iPod’나 ‘iTunes’가 대단한 기술을 바탕으로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애플 ‘iPod’의 성공 원인이, 차별화된 디자인 및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 제고를 통한 제품 혁신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은 단순히 제품 혁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음악 판매 채널인 ‘iTunes’의 도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애플의 부활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버리고, 소비자로 시선을 돌린 결과였다(주간경제 845호, ‘애플 부활을 통해 본 혁신 키워드’ 참조). 애플의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계 IT 경기가 주춤하고 있는 2006년 1분기에도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순이익은 41%나 증가하였다.
● 부분이 아닌 전체를 혁신하라
최고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 ‘JIT’, ‘TPS’ 등 수많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내며, 혁신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하지만, 마이클 포터는 운영 효율성은 근본적인 전략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혁신 방식을 비판한 바 있다. 포터는 운영 효율성은 근본적인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타 기업의 모방으로 그 격차가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터의 예상은 대부분 들어맞았다. 운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많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예외였다. 도요타는 포터의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며 미국의 Top 3 자동차 업체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순이익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더 많은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5년, 가치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제조 중심의 프로세스 혁신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카 개발 등을 통해 신 시장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 역시 단순히 생산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 아닌 전체 비즈니스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제조, 마케팅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성장과 수익의 2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포석이다. 운영효율성으로 대표되던 도요타의 혁신 방식이 미래 사업 육성 및 비즈니스 시스템 개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인 P&G는 ‘C&D(Con-nect&Develop)’라고 불리는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개방형 R&D 모델로 상품화 기간을 단축하여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P&G는 사내 인력 외에 ‘기술 사업가(Technology Entre-preneurs)’로 불리는 70여명의 C&D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C&D 네트워크의 전문인력들은 공급자 및 발명가, 과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2004년, P&G는 ‘프링글스 프린트’를 출시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프링글스 프린트’는 감자칩 위에 간단한 유머와 상식을 새겨 넣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을 통해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개념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프링글스 프린트’의 성공은 신제품 아이디어 및 기술을 제공하는 외부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프링글스 프린트’는 C&D 네트워크의 성과물로 과거 2년이 넘게 걸리던 제품 개발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되었다. 또한 북미 시장의 프링글스 사업은 두 자리 수 성장을 기록하였다.
P&G는 내부 R&D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C&D를 통한 제품 개발 비중을 2000년 15% 선에서 향후 5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팔아라
최근 미국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커피 체인점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맥도널드를 제치고 5년 안에 식품 프랜차이즈 분야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타벅스는 현재 세계적으로 1만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맥도널드는 3만여 개에 가까운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5년 안에 스타벅스가 매장 수에서 맥도널드를 압도할 것이라는 주장은 성급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992년 스타벅스의 매장 수가 불과 200여 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리 과장된 전망이 아니다. 현재 스타벅스 매장은 중국에서만 200여개가 넘는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고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커피를 단순한 일용품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했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소비자들 마음 속에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제3의 문화 공간(3rd Place)’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통해 음악, 영화 등 각종 문화상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스타벅스 자체가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은 ‘제품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데 있다.
●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라
15% 룰로 유명한 3M. 3M의 15% 룰은 근무시간의 15%를 새로운 아이디어 및 제품 개발에 쓰도록 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2000년, 새로운 CEO로 취임한 GE 출신의 짐 맥너니가 보기에는 3M이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조직이 세분화되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었고, 성과 평가와 책임 소재가 체계화되지 않아 나눠먹기식으로 보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짐 맥너니는 3M의 가장 큰 장점인 혁신 문화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기존 방식의 파괴보다는 혁신의 체질화에 중점을 두었고, 그 일환으로 3M의 ‘가속(Acceleration)’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3M 가속(Acceleration)’ 프로젝트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여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것이었다. 당시 3M의 새로운 아이디어 중에서 실제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아이디어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맥너니는 먼저 개발자가 명확한 인센티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상 시스템을 재설계하였다. 그리고, 1년 안에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를 2배로 늘리고, 실제로 출시되는 신제품의 수를 3배로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게다가 분산된 조직에 동일한 기준으로 할당되던 자원 배분 방식에서 탈피하여 시장 기회를 기준으로 자원 배분을 재조정하였다. 그 결과 높은 시장 기회를 가지고 있던 의료 부문에 보다 많은 연구개발 자원이 할당되었고, 의료 부문의 매출과 수익을 5% 이상 제고할 수 있었다. 전사적으로는 신제품 개발 주기가 과거보다 1년 이상 앞당겨졌고, 매출은 10% 이상 향상되었다.
<내부 장애물부터 제거해야>
앞서 혁신 기업의 성공 비결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혁신은 내부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사업 방식 및 조직 구조 하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기존의 게임 룰과 경쟁 구도의 틀 안에서 시장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기존의 사업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신사업 및 신제품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시장 변화 속도에 뒤쳐지게 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된다. 따라서, 과거의 성공 방식을 부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체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하여 기존 조직과 거리를 두거나 M&A를 통해 변화에 필요한 역량을 외부에서 수혈할 수도 있다.
사업이 커지면서 세분화된 조직 구조 역시 혁신을 방해하기 쉽다. 기업의 조직 구조가 개별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이해가 우선>
혁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다. 그것이 기존 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든, 아니면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장,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만드는 것이든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말로만 고객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객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둘러볼 시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