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신동향
국내단신
KOFST, 한국연구재단 출범‥국가 R/D 관리의 초석돼야 원문보기 1
- 국가 한국
- 생성기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 주제분류 과학기술전략
- 원문발표일 2009-04-28
- 등록일 2009-05-04
- 권호
새 정부 출범으로 국가 과학기술 정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통합,
공공기술연구회의 폐지와 정부출연연구소의 소관부처 변경, 577 전략 수립과 신성장동력의 선정과 추진, 세계적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등 굵직굵직한 정책이 추진되었다. 당연히 40여년 쌓아온 과학기술 행정체계가 크게
바뀌는 것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었고, 과학기술 역량이 세계 10위권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할 때 정부의 역할과 정책이 바뀌어야 함은 시대적인 요구일 것이다. 정부는 577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래에 대비한 기초과학을 육성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진전된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런 목표를 향해서 현재 한국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을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하는 것이 추진되고
있다. 연 3조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연구개발 활동에 지원ㆍ관리하는 큰 기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설립
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창의적 과학기술 환경 구축이 새 패러다임
연구재단의 미션은 기초과학 육성, 원천기술 확보, 그리고 창의성이 살아나는 연구 환경과 인프라 구축에 두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과학과 기술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선진국 따라잡기가 과학기술 정책의 우선 목표였고, 짧은 기간에 상당 부분 따라잡을 만큼 성공했다. 그러나 따라잡기만으로 창의적 원천연구가 왕성한 선진국에 되기 어렵다. 우리의 연구활동을 지금까지의 외국 지식과 기술의 모방ㆍ개선 방식에서 창조적 혁신으로 탈바꿈하는 견인차 역할을 연구재단이 맡아야 한다. 한국연구재단은 미지를 탐색하는, 남이 하지 않는, 독창적인, 그래서 미래에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를 지원ㆍ육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간 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의 역할도 과학과 기술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에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일어난 현상을 살펴보면 이와 사뭇 다르다. 한 예로, 대학연구의 반 이상이 기업들이 당면한 단기 현안 문제를 푸는데 치중되어 있다. 이제 지식경제부의 R&D 지원이 산업기술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유지시키는 패러다임을 정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철학은 선진 일류국가에 걸맞은 비전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창의성이 발휘되는 환경을 만들고 키우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다음으로 취할 정책 방향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연구 허브와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산ㆍ학ㆍ연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국가 위상에 걸맞은 아젠다 연구를 다학제 팀으로 중장기에 걸쳐서 대형으로 수행하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략분야에서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한 임계규모 이상의 팀 구성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형 과학 장비와 시설 인프라를 설치하고, 사용자 시설로서 지원하는 예를 따를 때가 되었다.
재 단의 신뢰성 확보가 우선
연구재단이 비전과 역할을 달성함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는 각종 평가업무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연구재단은 정부의 R&D 자원을 배분하고 연구 수요를 정책으로 전달하는 측면에서 연구자와 정부의 중간자 위치에 있다. 과학과 기술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서로의 이해를 조정ㆍ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또 연구사업과 과제의 기획부터 연구의 종료 단계까지 우선순위와 완급을 선택하여야 하는 업무의 성격상 각종 평가업무가 있다. 고도의 전문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를 비교ㆍ평가하는 일에서 신뢰성을 확보해야 연구사업을 올바르게 관리할 수 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연구과제의 기획, 선정 및 결과평가 과정에서 동료평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평가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평등주의와 남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의 후진성에서 찾을 수 있다. 동료평가의 틀을 유지하면서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어떤 형태이든 평가결과에 대한 공과와 책임이 평가자의 신뢰도로 남는 모습으로 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 올바른 평가를 한 전문가에게는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전문가는 해당 커뮤니티에서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 또 평가 행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한 위원회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의 과제를 상대 평가하는 현행 방식을 반대로 바꾸어야 한다. 아무리 전문성을 갖춘 과학자라도 시간이 촉박한 환경에서 신뢰성 있는 평가를 하기 어렵다.
연구사업 관리 제도를 수월성 중심으로
과학과 기술 역량은 수월성과 결과의 누적으로 올라간다. 과학자의 창의성을 살려내고 원천기술을 남보다 앞서 개발하려면, 아이디어와 연구수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지원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연구재단의 업무 매뉴얼과 연구사업 관리제도에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수월성이 가장 앞에 놓여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연구과제 평가와 사업관리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조해 오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특히 첨단 과학)에 관한한 전문성이 결여된 객관성과 공정성은 무의미하다.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연구개발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당연히 수월성 중심으로 자원이 배분ㆍ투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든 혹은 연구 결과이든 그 수월성은 전문가의 눈으로만 구분이 가능하다. 이런 전문가 중심의 연구관리를 위해서는 상피제도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피제도란 평가에서 학연, 지연, 혹은 동일 기관 근무자를 배제함으로써 연줄에 의한 평가 왜곡을 방지하려는 제도이다. 그러나 평가할 세부내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전공자를 배제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전문성을 훼손한다. 또, 선진국처럼 연구개발 예산을 확보하는 책임은 공무원에게, 예산 배분의 책임은 민간 전문가에게 분담하는 제도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 R/D 예산의 89%가 각 부처의 목적사업으로 집행되고 있다. 그리고 예산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서 연구관리가 관료화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새로 출범하면서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 버려야 할 것이다.
PM 최소 100명 돼야 전문성 발휘
한국연구재단법에 연구사업 관리전문가(PM) 제도의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과학과 기술의 속성에 적절한 연구지원을 통해 연구개발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고 공공 기능의 관료화를 최소화시키는 제도이다. 연구현장과 정부의 정책 기능의 중간자로서의 핵심이 바로 PM인데, 이들의 활동이 앞서 강조한 재단의 신뢰성 확보, 전문성과 수월성 중심의 연구사업 운영을 좌우하게 된다. 우리는 1992년 G-7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 NSF의 PM 제도를 벤치마킹한 전문위원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다른 관리기관으로 전파되어 10년 이상 유사한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미 해온 전문위원제도를 PM 제도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강조하는 분위기인데, 이 기회에 우리의 문화와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PM의 전문성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세분화되어야 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20여명의 PM으로는 연구관리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에는 태부족하다. NSF의 경우 5조5천억 원의 예산을 440여명의 PM이 관리하고 있다. 3조 원의 연구재단 예산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명 이상의 PM이 있어야 한다. PM에게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도 가능한 권한까지도 부여하고, 각종 학술대회에 참석해 창의적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를 직접 발굴하도록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전문성과 리더십, 열정을 보유한 PM을 선정하고, 적절한 연구관리 훈련과 경험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PM은 연구재단의 얼굴이므로 노블리스 오블리즈의 정신을 실천할 높은 도덕성과 경륜을 갖춘 과학자를 선정해야 한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dwkum@kist.re.kr